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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호
미디어 숲
2020-11-30
스타트업 성공 방정식
(양민호 지음/미디어숲/2020년 11월/240쪽/14,800원)
■ 책 소개
인간의 1차 욕구를 반영한 시장에 기회가 있다!
저자는 대학 졸업 이후 대형 금융회사에 취직하여 12년간 성공한 많은 기업인과 M&A, 기업공개, 투자 등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M&A나 기업공개에 성공한 CEO들에게는 분명 공통적으로 성공의 DNA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최근 3년 동안 공유경제 섹터에 속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기획, 개발, 상용화하여 마케팅했고 2020년 해당 기업을 매각했다. 6년간 스타트업을 경험하면서 뼈저리게 깨달은 것은 최대한 시행착오를 줄여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화려함보다는 풍부한 수요가 있는 인간의 1차 욕구를 반영한 시장을 찾으라는 저자의 제안은 이 책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그는 가능성이 희박한 엄청난 환상과 대박을 향한 꿈을 부풀리기보다는 생존 가능성을 높이고 내실을 기할 수 있는 전략들을 제시하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그리고 책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창업을 꿈꾸는 이들을 향한 따스한 애정을 보여준다.
■ 저자 양민호
경희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한 후 미래에셋증권 IB(Investment Banking) 부문에서 약 10년 동안 M&A, 기업공개, 투자 업무로 경력을 쌓았다. 그 후 M&A 자문사인 YG Partners & Advisory를 설립하여 대표이사로 근무했고, 온라인 크라우드소싱 플랫폼인 ‘프리랜서코리아’를 개발하여 시장에 안착시켰다.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IB와 기업가 정신과 관련하여 강의와 멘토링을 했으며 현재 B.I Partners의 파트너 상무로 재직 중이다.
■ 차례
시작하며 그럼에도 스타트업을 한다면 이것만은 알고 시작하자
운명처럼 찾아오는 스타트업 창업
누구도 당신의 실패에 책임지지 않는다
사업의 본질부터 파악하라
성공 방정식 1. 위험을 감수할 자신이 있는가
프리랜서, 자영업자 그리고 기업가의 차이점
자영업과 스타트업 창업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투자에 대한 막연한 기대는 버려라
성공 방정식 2. 주식 투자보다 위험한 사업
1억 원이 있다면 사업을 할까, 주식을 할까
성공 방정식 3. 우리는 스티브 잡스가 아니다
영웅들이 쏟아낸 명언의 홍수에 현혹되지 말자
창업해서 투자받을 가능성은?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
성공 방정식 4. 원래부터 세상은 공정하지 않다
스타트업 창업 세계도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불평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자
성공 방정식 5. 잘 모르는 영역에 도전해도 될까
잘 아는 영역에서 사업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
모르는 영역에서 창업할 때 잊지 말아야 할 것
성공 방정식 6. 기업 가치평가에 신경 쓰지 말자
기업 가치평가에 대한 오해
유니콘은 정말 기업 가치가 1조 원 이상일까
투자자들의 머니게임이 기업 간 치킨게임을 부른다
비즈니스 구축에만 온 힘을 기울여라
성공 방정식 7. 사업 구상할 때 중요한 세 가지 원칙
“많이 힘드시죠? 저도 많이 힘들어요”
플랫폼은 자금 투입을 통한 브랜딩 과정이다
원칙 1. 현금흐름의 중요성
원칙 2. 마니아층을 확보하라
원칙 3. 최소한의 안전망은 필요하다
성공 방정식 8. 혼자 할 것인가, 함께할 것인가
누구도 당신의 성공을 바라지 않는다
가장 이상적인 공동창업자의 자질 10가지
공동창업자는 많을수록 좋다
성공 방정식 9. 처음 시작할 때의 능동성을 잊지 마라
당신은 더 이상 종업원이 아니다
자기 안의 능동성을 최대한 끌어내라
성공 방정식 10. 정정당당하게 정공법으로
위기에 부딪혔을 때
스타트업 창업가에게 수치심이란 없다
성공 방정식 11. 고정비를 줄이고 또 줄여라
돈은 생각보다 무섭게 빠져나간다
성공 방정식 12. 스톡옵션으로 인재를 확보하라
채용은 어렵고, 채용하면 이탈한다
스톡옵션 제시로 직원과 함께 성장한다
스톡옵션 부여 계약서 샘플과 제 5조에 대한 논의
성공 방정식 13. 팀원을 존중하지 않으면 성공도 없다
직원을 무시하면 벌어지는 일
서로 질문할 수 있는 조직문화
성공 방정식 14. 어떻게 투자를 유치할 것인가
1) 벤처캐피털의 본질을 이해하라
2) IR 자료를 작성해 본다
3) RCPS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4) 투자 계약 체결할 때 조심해야 할 부분
끝내며 대역전은 일어날 수 있다
창업가의 기민함이 중요해지는 시대다
좋은 실패의 방정식을 찾아야 한다
나와 사업을 동일시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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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을 감수할 자신이 있는가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창업 초기 현금흐름이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 매몰비용(인건비, 임차료 등)과 R&D 비용(개발비 등)을 계속 지출해야 한다. 이 구간은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스타트업 창업가는 이 숨 막히는 단계를 극복해야만 비로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만약 당신이 기술력이나 사업성이 뛰어나고 특히 국가의 미래 산업 육성 정책과 그 사업의 궤를 함께한다면 정부 자금(보증부 차입)을 받는 것이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 기관을 통해 유치할 수 있는 자금의 절대적인 규모는 당신의 기대보다 터무니없이 적다.
어렵게 국가로부터 자금을 받았더라도 그 자금 규모는 마케팅은 고사하고 R&D나 운영자금에도 미치지 못 할 수 있다. 자금은 계속 필요하다. 인건비와 임차료로 회사의 현금이 말라가는 게 보일 것이다. 그리고 그때 당신은 벤처캐피털의 문을 두드린다.
이 ‘투자유치’와 관련해 기억할 만한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아마도 한 번쯤 머릿속에 이런 그림들을 그려봤을지도 모른다. 어느 벤처 캐피털의 심사역들을 앞에 두고 자신의 그 훌륭한 사업계획서를 멋지게 프레젠테이션하며 Q&A세션을 갖는 모습을 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벤처캐피털을 만나는 것, 해당 심사역과 접점을 찾는 것조차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과정이다. 공급(벤처캐피털)보다 자금에 대한 수요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만약 벤처캐피털과의 접점을 찾고 자리가 마련되어 열심히 해당 심사역에게 나의 위대한 비전과 기술을 설명했다고 가정해 보자.
“비록 지금은 매출이 없지만 곧 2~3년 내 우리는 위대한 기업이 돼 있을 것입니다. 우리 기업에 투자해 주십시오.” IR(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문서)자료에 메모하던 심사역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래서 작년 또는 최근 매출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투자를 받으신 적은 있나요?”
‘venture’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에는 도전과 모험이 담겨 있지만 안타깝게도 벤처캐피털은 벤처에 투자하지 않는다. 그들의 목적은 애초에 투자수익률에 있으므로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것과 같은 위험과 도전을 감수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벤처캐피털이 벤처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말은 사실 과거부터 미국에서 널리 통용되던 말이었다.
물론 미국에는 와이컴비네이터와 같은 훌륭한 액셀러레이터들(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단기간에 신생 기업의 활성화를 돕기 위한 지원 단체로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계획을 자문해 주고 자금과 인력을 지원함)도 많다. 그렇지만 창업가들이 겪는 실제 현실은 완전히 냉혹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 창업가는 벤처캐피털에 수없이 많은 거절을 당하게 된다.
대부분의 벤처캐피털은 투자 유치에 이미 성공한 이력이 있는, 즉 누군가 한 번쯤 검증해 놓은 회사 또는 가시적인 매출이 발생하거나 예상되는 회사에 투자한다. 훌륭한 사업계획서와 개발된 프로토타입만 가지고 벤처캐피털의 문을 두드린다면 십중팔구 이런 심드렁한 말을 듣게 될 것이다. “그건 가정일 뿐이잖아요. 지표를 보여 주세요.”
잘 모르는 영역에 도전해도 될까
난 금융인이지만 항상 마음이 가는 곳은 온라인 플랫폼 비즈니스였다. M&A를 진행하며 각종 산업분석을 하던 중 운명처럼 발견한 미국의 Elance-oDESK(현재의 upwork.com)라는 플랫폼에 마음을 빼앗겼다. 처음 그것을 구상한 후부터 단 하루도 내 머릿속에서 플랫폼이 떠난 적이 없었다.
회사의 잉여금이 쌓여 가자 어느 날 결정을 내렸다. 사업 목적을 바꿔 플랫폼 개발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행동으로 옮겼다. 어디서 주워들은 것은 있었다. 가볍게 1차 버전을 시장에 내놓고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핀 후 2차, 3차 개발을 통해 고도화하기로 전략을 세웠다.
그렇게 1차 개발을 시작했다. 파워포인트로 꼼꼼하게 머릿속에 있던 것들을 기획안으로 옮겼다. 그리고 그 기획안을 홈페이지 제작 외주업체에 맡겼다. 친한 프로그래머는 3개월이면 충분할 거라고 했다. 그러나 나의 편집증적인 집착과 무지 때문에 무려 9개월이 걸렸고 규모는 방대해졌다.
드디어 자랑스러운 9개월의 역작이 완성됐다! 오픈과 함께 캠페인이 필요했다. 그래서 디지털 마케팅을 어느 소규모 광고대행사에 맡겼다. 아직 자금은 충분했다.
2017년 10월 18일 드디어 플랫폼을 시장에 내놓았다. 내놓자마자 수많은 고객이 몰려드는 대신 무수한 에러들이 튀어나왔다. 부랴부랴 QA테스트 엔지니어를 정규 직원으로 채용했다. 그 덕에 약 2개월 정도 지났을 무렵 어느 정도 에러가 잡혔다. 그러나 광고효율(투입 광고비 대비 회원가입 수)이 떨어졌다. 그래서 곧장 광고 대행사를 교체했다. 그리고 몇 개월 후 2차 개발 기획에 착수했다.
이번에는 자체 개발을 계획하고 프로그래머 모집공고를 냈다. 그러나 인력을 찾기 어려웠다. 1차 개발을 했던 홈페이지 제작업체는 플랫폼을 php라는 언어를 사용해 제작했는데, 시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프로그래밍 언어는 java였다. 대부분 프로그래머들은 java프로그래머였다는 말이다.
그제야 여타의 플랫폼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서버들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java였고, 서버는 아마존 클라우드 서버(AWS)를 사용하고 있었다. 몇 개월 고민 끝에 java프로그래머를 고용하여 2차 개발을 시작했다.
php 언어로 제작한 플랫폼을 java 언어로 교체하고(9개월간 만들었던 그 1차 결과물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다는 말이다) 새로운 추가 기능들을 고도화하여 AWS로 이전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자본이 넉넉하지 않아 엔지니어는 두 명밖에 둘 수 없었다. 실로 광범위한 프로젝트였다. 이 개발 완료에만 1년 반의 시간이 걸렸다.
이런 시행착오를 소수의 스타트업만 겪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러한 시행착오로 스타트업의 절반이 1년 안에 문을 닫는다. 개발 과정에서 오픈조차 못 하고 폐업하는 스타트업이 부지기수다. 스타트업 창업가는 사업 초기의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창업가 본인이 잘 아는 업종에서 사업하는 경우 이 시행착오가 현저히 줄어든다.
위의 사례에서 만약 내가 지금 아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분명 CTO(최고 기술 책임자), CMO(최고 마케팅 책임자)와 함께 공동창업 형식으로 시작했을 것이다. 만약 그게 싫다면 유사한 영역의 회사에 입사해서 일정 기간 필드에서 경험이라도 쌓았을 것이다.
사업 구상할 때 중요한 세 가지 원칙
-인간의 1차 욕구를 반영한 시장에 기회가 있다
나는 2005년 12월, 대학교 졸업을 약 3개월 앞두고 취업했다. 당시 취업 준비 중인 대학생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업종이 금융이었다. 물론 삼성전자가 있었지만 나머지 순위는 금융권 기업들이 우위를 차지했다.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의 대졸자 누구든 같은 금융 또는 컨설팅 관련 기업에 입사하는 게 꿈이었다.
약 15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선호도는 크게 바뀌었다. 2020년 7월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현재 국내 대학생들의 취업 선호도 1위는 카카오(17.9%)이고, 네이버(15.1%)가 2위를 차지한다. 즉 대학생 3명 중 1명은 IT 기술 기업에 취업하고 싶어 했다. 공학 계열 외에도 대학의 모든 계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10위까지의 순위에 금융권은 단 한 기업도 없었다.
현재 그 ‘기술’의 패러다임은 너무나도 크게 바뀌었다. 아무도 나와 같은 인력을 기술 인력으로 보지 않는다. 한 명의 금융 전문가보다 한 명의 프로그래머가 기업과 사회에 훨씬 더 큰 파급효과를 일으킨다. 심지어 상기 두 IT 기업의 급여 수준은 이미 금융권 수준을 훌쩍 뛰어 넘었다.
이와 같이 산업의 패러다임은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끊임없이 변한다. 불과 10년 전에 한낱 ‘인터넷 콘텐츠’로 치부되며, 실적 변동성이 심한 업종이었던 IT 섹터가 세상을 집어삼킬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또 언젠가 시간이 흐르면 우리가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섹터가 세상의 패권을 쥐게 될 것이다.
난 2011년에 투자 집행 건으로 어느 건설 회사를 분석했던 적이 있다. 그때 이 회사의 유능했던 CEO가 나에게 한 말을 요즘에서야 조금씩 깨닫고 있다. 그는 건설 회사를 일구기 전에 여러 사업을 벌인 이력이 있었다.
“얼마 전 내가 미국에서 여러 사람을 만났는데 그곳은 인공지능(AI) 열풍이더라. 한국도 머지않아 그 바람이 불어오겠지. 내가 조금만 더 젊었더라면 그런 사업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그런데 사실 실제로는 그런 것들로 돈 벌기는 어려워. 돈은 항상 의식주(衣食住)와 같은 가장 낮은 곳에서 돌거든.”
당시 야심만만했던 금융인인 나에게 그 말은 그다지 와 닿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 부쩍 그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그는 ‘시장의 크기’에 따른 현금흐름을 직관적으로 또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의식주와 같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곳에 오히려 더 많은, 더 안정적인 기회가 있다는 의미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말이었다.
여러 반증과 비판이 있지만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Harold Maslow)는 욕구 5단계설에서 인간의 욕구는 타고나는 것이며 낮은 단계로부터 그 충족에 따라 상위 욕구로 이동한다고 했다. 이 다섯 단계의 욕구 중 모든 인간이 본질적으로 가장 하위에 생리적 욕구를 지니고 있다. 이 욕구는 음식, 물, 집,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수단 등이 포함된다.
의식주를 강조한 CEO는 이와 관련한 시장이 가장 크고 현금흐름이 원활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결국 돈을 벌 수 있다고 했다. 주(住)에 해당하는 욕실의 샤워기 사례를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2년 전부터 중소기업들이 주로 생산하는 필터 샤워기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필터 샤워기는 욕실이나 주방의 샤워기 헤드에 교체 가능한 필터를 장착하여 수돗물에서 나오는 불순물을 걸러 주는 제품이다. 특히 최근 수돗물의 수질에 대한 시민들의 경각심이 높아지자 이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현재 몰려드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이 제품의 성공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①금속과 같은 불투명한 플라스틱 재질의 샤워기를 투명한 재질로 바꿔 내부 필터 변색을 소비자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디자인한 점, ②샤워기와 호스의 접합 부분이 규격화되어 있음을 간파하고 샤워기를 교체 대상으로 패러다임 시프트를 마케팅한 점, ③1회성 제품 판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해서 필터를 교체하게 유도한 점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소비자가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필터의 변색’외에는 없다. 이 제품은 해당 필터의 ‘수질 정화’라는 본질적 효용가치보다 시각적으로 필터의 변색 과정을 통해 느끼는 소비자의 공포를 자극하는 제품인 것이다.
이러한 소비자의 안전에 대한 욕구는 매슬로의 욕구 5단계 중 맨 밑에서 두 번째, 4단계의 욕구인 안전의 욕구에 해당한다. 이 욕구에는 안전, 안정, 자유, 공포로부터의 해방 등이 담겨 있다. 매슬로에 의하면 1차 생리적 욕구가 해소된 인간은 그 다음 단계로 진입한다. 우리는 이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경제적 계층도 함께 유추해 볼 수 있다.
매슬로는 전체 5단계 중 가장 낮은 단계의 생리적 욕구와 4단계의 욕구를 ‘기본 욕구(basic needs)’라고 한다. 앞서 건설회사 CEO가 ‘가장 낮은 곳’이라고 말했던 시장이 바로 소비자의 기본 욕구를 반영한 곳이라고 해설할 수 있다.
몇 년 전 《하버드 리뷰》에 실린 사례를 우리에게 맞게 각색해 본 것이다. 안홍준씨는 지난 10년 동안 항상 자신에게 되물었다. “내가 일한 10년 동안 대체 나 자신을 위해 일한 시간을 얼마나 될까? 나는 이렇게 남 일이나 거들며 내 인생을 마감해야 하나?”
그러나 그는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국내 최고의 광고회사에서 자기 일을 즐기며 전문성을 쌓아 갔지만, 여전히 자신의 경험과 능력에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직장을 그만두면 4대 보험이 없어진다는 불안감도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2015년 크리스마스에 이르러 결정을 내린다. 그는 아내에게 자신이 걷고 싶은 길에 관해 이야기했고, 아내의 응원에도 불구하고 그는 당장 직장을 그만두지는 않았다. 향후 6개월 동안 수입 단절을 가정하고 사업에 필요한 것들을 차근차근 준비하기 시작했다.
공동창업자와 주말마다 사업에 대해 논의했다. 우선 가장 필요한 재정적(돈)계획을 수립했고, 무려 향후 7개년의 사업 계획도 꼼꼼히 수립했다. 남은 인생에 본인이 해야 할 일, 하고 싶지 않은 일 등 일종의 철학적인 문제도 정리했고, 본인의 광고 기술을 이용한 틈새시장과 잠재 고객을 찾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현재 직장의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하지는 않았다. 퇴사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런 행위는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했고 그 사실이 알려졌을 경우 평판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모든 계획이 완료되자 본인의 계획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마침내 그는 사표를 던졌다. 사업 계획 후 약 6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철저한 준비 덕에 이내 광고 수주에 성공했다. 그는 현재 광고회사의 대표이사다. 회사 다닐 때와는 달리 이제 ‘내 일’을 하고 있다. 물론 더 많은 수입도 생겼다.
난 단 한 번의 이직 없이 한 직장에서 9년간 일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주 후 별 고민 없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내 실력에 스스로 자신 있었다. 그 후 약 1년 동안 얼어붙은 광야에서 무수입 상태로 고통당하며, 제대로 된 준비 없이 회사를 나온 것에 무척 후회했다.
창업가에게 필요한 것은 사람이지만, 창업가를 가장 괴롭게 하는 것은 돈이다. 사업가들은 기본적으로 충동적 성향이 강한 편이다. 그래서 남들보다 뭔가에 도전하는 게 더 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사업가들은 종종 이 둘을 착각한다. 충동과 결단력을 잘 구분해야 한다.
난 당시 이 두 개념을 오해했다. 난 평소 결단력이 강한 사람 축에 속하지만 퇴사하는 과정은 충동에 가까웠다. 자신이 뭔가를 결단했다면, 그 결단의 책임 또한 자신이 져야 한다. 책임의식 없이 단지 결단 후 빠르게 실행에만 옮겼다면 그것은 충동이며 그 일을 그르칠 공산이 크다.
위 사례의 주인공은 나와는 다르게 매우 현명하게 퇴사한 후 창업했다. 월급이라는 현금흐름을 자연스럽게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흐름으로 이전시켰다. 나와는 달리 이상적인 시작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성공 방정식이 아니라 ‘좋은 실패의 방정식’을 찾아야 한다. 이는 사업의 본질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모든 사업은 저마다 양태가 다르고 실패의 원인도 다양하기 때문에 사업의 본질로 접근할 수는 없다. 나는 실패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스타트업 창업가의 ‘마음가짐’을 강조하고 싶다.
무엇보다 창업가의 자존감이 중요하다. 그래야 창업가의 회복탄력성이 극대화될 수 있다. 많은 사업가가 사업에 몰두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실패는 곧 ‘끝’이라고 생각한다. 상투적인 말로 들리겠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다.
몇 년 전 인간의 성향을 구분한 ‘인싸(insider)와 아싸(outsider)’라는 신조어가 유행했다. 외향적 성향의 소유자(insider)가 가진 기발함과 자신만만함, 솔직함, 폭넓은 대인관계 등이 회자하며 인싸 열풍도 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내향적 사람이 더 많다.
웨스트버지니아 대학교의 로리 헬고(Laurie Helgoe) 박사는 그의 저서 『은근한 매력』에서 인구의 57%가 내성적 성향의 소유자라고 했다. 고통스러운 사업의 과정을 겪은 후 실패한 많은 이들은 내성적 행동을 취한다. 주변에 그 실패를 밝히기 주저하고 스스로 고립된다.
무엇보다 실패의 원인을 외부의 환경 탓으로 돌리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지극히 당연한 행동이다. 그 행동은 상처받은 인간이 본능적으로 자아를 지키기 위해 선택한 인지부조화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사업의 실패는 창업가에게 트라우마를 유발한다. 그 트라우마는 새로운 도전이나 학습을 주저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곰곰이 생각해 보자. 과연 사업 실패의 원인은 무엇일까? 사실 실패의 근본 원인은 창업가 자신에게 묻고 따져야 한다.
비즈니스를 둘러싼 환경과 규제 등이 실패의 원인이었다면 애초에 그곳으로 진입한 창업가의 전략실패이며, 그 원인이 공동창업가나 인력으로부터 비롯됐다면 그 인력을 구성한 창업가의 자질 부족 때문이다. 대부분 사업 실패의 근본 원인은 창업가 자신의 사업적 미숙함에서 비롯한다는 것이다.
만약 실패했다면 차분하게 일정 기간 스스로에게 묻고 대답하는 과정을 거쳐 보자. 분명 실패를 반면교사 삼으며 얻은 여러 인사이트가 있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 다시 창업한다면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법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처절한 고난을 통해 창업가가 얻을 수 있는 ‘실패의 자산’이다.
그렇다면 그 귀하고 소중한 자산을 외면하지 말자. 무엇보다 당당하고 떳떳하게 행동하자. 실패를 숨기거나 부끄러워하지 말자. 우리를 괴롭히는 트라우마는 정면으로 그 트라우마와 마주했을 때 비로소 사라진다. 그래야만 다시 용기를 얻을 수 있고 그 소중한 자산을 토대로 다시 도전하고 학습할 수 있다.
(본 정보는 도서의 일부 내용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은 반드시 책을 참조하셔야 합니다.)